본문 바로가기

이벤트 기간

POE 7년 역사, 라떼 이야기 (조금..조금 길어요)

이벤트 게시판 본문

POE의 첫 챌린지 리그 보상. 지금은 못구해요!
하드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스크린샷. 2015년 

(2015년 남겨두었던 맵핑 영상)


2014년 중순, 전역 하자마자 복학,

과제 미루고 농땡이 피우다가 우연히 발견한 POE 영업글.

맛이나 한번 볼까 하고 시작했던게 벌써 햇수로 7년이 되었어요.

2014년 8월에 나온 Forsaken Masters.

크래프팅 벤치가 이 때 추가되었고,

크래프팅을 뚫기 위해 마스터들의 레벨을 올려야 하는 등 지금과는 다른 마스터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하쿠,보리치,엘레온을 비롯한 여러 마스터들의 일일 퀘스트 로테이션 파티를 찾는게 일과였어요.

아틀라스는 커녕 액트 최종보스가 도미너스 였던 시절,

레벨 올리려고 렛지런,닥스런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프리미엄 창고 시스템도 없어서 Acquisition 프로그램으로 아이템을 직접 등록해야 했었고,

아이템 필터 기능도 없어서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들 하나하나 눈으로 훑어서 골라주웠었습니다.

서울 게이트웨이는 커녕 한국에서 가까운 서버도 없어서

싱가폴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핑 100이 넘어가는 외국 서버에서

디싱크를 정통으로 맞아가며 플레이 했었어요 (/oos).

그 열악한 환경에서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취업 준비한다고 '이제 그만해야지' 생각도 했지만

다들 그랬듯 새로운 패치 소식에

연어마냥 다시 올아오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와! 쉐이퍼!)

그렇게 2016년

전직 시스템 어센던시,

본격 맵핑 컨텐츠 아틀라스 시스템이 연달아 추가되었습니다.

여러가지 메커니즘을 이용한 온갖 정신나간 빌드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POE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시기도 이 때 부터였던 것 같아요.

(전설로 남은 그 빌드, Wormblaster 세번째 시리즈)

 (13:40, 세계 첫 Shaper 킬 장면)


그리고 2017년.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POE의 기념비적인 3.0.0 확장팩 The Fall of Oriath.

(오 액트5 추가되.. 6? 7? .. 10?? 엥??)

그 때도 요즘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리그가 공개되기 전이면 다들 모여서 

'이번엔 이런게 추가될거야' 하면서 저마다의 행복회로를 불태웠었습니다.

별다른 떡밥이 없어서 다들 '이제 액트 5 정도 추가되겠지' 정도만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GGG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6개의 액트를 추가한다는 트레일러를 공개합니다.

3.0.0 트레일러 레딧 게시글이 전체 레딧 인기글 1위에 올라가는 등

한국은 물론 전세계의 포이 커뮤니티들은 흥분으로 터져나가버립니다.

(당시 레딧 게시글 : www.reddit.com/r/pathofexile/comments/5u2yyx/announcing_path_of_exile_the_fall_of_oriath/)

가장 큰 경쟁작이었던 '디아블로3'의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던 새로운 확장팩 반응이 좋지 않아

많은 유배자들이 이 때 POE로 흘러들어오게 됩니다.

트레일러 보고 '내가 지금 뭘 본거야'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트레일러를 꼽으라면 아마 이 Fall of Oriath 트레일러를 꼽을 것 같습니다.


(엘더, 지금은 사라진 인플루언스 아틀라스 시스템, 쉐이퍼/엘더 특수 베이스의 등장)

같은 해 12월

새로운 엔드게임 보스인 Elder가 등장하고 아틀라스 시스템이 개편됐던 리그였습니다.

'감시자의 눈'이 이 때 추가되었어요.


POE는 계속 커갔지만 한가지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국 게이트웨이 서버가 없어서

그나마 가까운 일본 서버로 접속해서 플레이해야 했었거든요.

미꾸라지 같은 VPN 서비스가 거의 필수적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POE 재밌어요' 약팔면서 돌아다니던 시절 달았던 댓글이 보여서 반가웠어요)

POE의 한국 정식 런칭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GGG가 한국에 들어오려다가 퍼블리셔한테 사기당해서 못들어 오는거임ㅋ'

'한국 들어오면 글로벌 서버로 서비스 못하게 무슨무슨 법으로 되어있어서 안댐..'

하는 근거없는 흉흉한 소문만 퍼져있었는데요.

그동안 꿈에만 그리던 한국 정식 런칭이 오피셜로 발표가 됩니다.

이 때 회사에서 딴짓하다가 소식듣고 혼자 신났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영웅이 되셨을 담당자님. 사랑합니다.


그래도 '나야 재밌게 하고 있지만 과연 이게 한국에서 먹힐까' 가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그리고 등장한게 바로 그 리그,

(Glacier 맵 뺑뺑이의 추억)

-군단- 리그로 POE가 한국에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역대급 리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군단 컨텐츠와 함께

POE는 성공적으로 한국에 안착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군단 리그로 POE를 시작하셨을 것 같아요.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가장 성공적인 리그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리고 2019년 말, POE 역사상 가장 큰 이벤트가 있었죠.

바로 엑자일콘과 POE 2의 발표였습니다.

(와! 교수형! 와! 변신!)

(POE 2 트레일러 공개 후 감정이 잠시 폭발했던 모습의 크리스 윌슨.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여러가지 부분에서 계속 성장해오긴 했지만

POE는 게임 자체가 오래됐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식 서비스 시작 날짜가 2013년이었으니까요.

GGG는 처음으로 플레이어들과 여러 스트리머들을 초청한 Exilecon 이벤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POE 2의 소식을 알렸습니다.

꽤 오래 전 부터 들려왔던 POE 2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멋진 순간이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POE 2 런칭 날짜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네요.

그리고 이어진 2020년.

사이러스의 등장, 새로운 확장팩 Conquerors of the Atlas.

장기 찾아라 드래곤볼 Metamorph (변형),

5환영 가능? Delirium (환영),

엑셀표 보고 농지 가꾸기 + 무친 아이템들의 향연, 누나 어디갔어 Harvest (수확),

그리고 지금의 본격 문 열기 시뮬레이션 Heist (강탈).


이렇게 2020년이 다 지나가고 이제 2021년의 첫 리그 공개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한 해 참 다사다난했죠.

POE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큰 걱정 없는 대학생이었는데,

벌써 30대에 들어서서 일에 치이며 살고 있네요.

3개월 마다 찾아오는 새로운 리그에 대한 기대감이

지난 7년간

팍팍한 일상에 알게 모르게 큰 활력소가 되어 줬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긴 시간동안 POE를 붙잡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보잘 것 없고 작은 것 이겠지만

사실 이런 조그만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그런 것들 중에 하나가 저에겐 POE 인 것 같아요.

2020년 코로나 이슈로 적잖게 힘들었지만

2021년 맞이하면서 새로운 리그가 코 앞으로 다가오니 다시 또 기대감에 행복해지는 느낌입니다.

그간의 7년 혼자 되새기면서 적다보니 글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올 한 해도 계속 일상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엑잘 많이 주우세요!

신고
TOP